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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허혜숙 “장애·여성 이중차별 벽 허문다”

본문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적인 어려움과 차별 구조에 놓인 가장 소외된 사회적 약자입니다.”


 


2007-08-29 18: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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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성’을 화두로 장애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온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의 허혜숙 대표(44). 그는 다음달 5일부터 8일까지 경기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장애여성지도자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처음으로 한국의 장애여성이 주도하는 이번 대회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 준비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뉴질랜드 장애부장관 루스 다이슨, 세계은행 장애인개발 자문이며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교육부 차관을 지낸 주디 휴맨, 세계맹인연맹 회장인 스웨덴의 키키 놀스트롬 등 장애를 극복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160개국 1000여명의 장애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허대표는 “그동안 국내 장애여성 활동가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며 “지난해 12월 제정된 유엔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성안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함께 ‘여성단독조항’을 최초로 제안, 관철시켜 제1회 ‘세계장애여성지도자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한국 장애여성들의 위상을 높이고, 향후 세계 장애여성들과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국제교류 및 연대활동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세계 장애여성 활동가들의 정보를 모아 ‘세계장애여성 인명록’을 발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장애여성의 대륙별 소모임을 통해 인맥을 다지고 장애여성의 일자리 확대, 역량 강화 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열어 장애여성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쟁점화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26일 대회 발대식을 무난히 치른 허대표에게는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손님 맞을 채비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여전히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의 여성장애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꾸려왔지만 경비가 부족한 상태다. 여성가족부에 지원 요청을 여러번 했지만 예산이 없어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네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인이 된 허대표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터널 속에서 비오는 길을 보는 것과 터널을 나와 비를 맞으며 길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르지요.”

준비 없이 부딪친 세상은 너무나 혹독했다.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에 장애 그 자체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다. 남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립을 해야 했고, 그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했다. 한·중·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딴 뒤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취업은 고사하고 장애인이라고 테스트도 받지 못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장애인들이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자리를 찾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기회의 일부분이라도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허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출처 : 경향신문(news.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