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공지사항

세계 장애여성 리더들, 한국서 `인권축제`

본문

세계 장애여성 리더들, 한국서 `인권축제`

내달 3일 세계장애여성대회 개최 허혜숙 회장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공식 NGO 등록도 추진 

 

신찬옥 기자입력 : 2015.08.25 17:34:01   수정 : 2015.08.25 19:30:56



c4b2816e4c087862f41f3415634cd623_1450089706_3408.jpg

'굼벵이처럼'이라고 했다. 남들 서너 걸음 걸을 때 겨우 한 걸음, 온몸이 갸우뚱했다가 바로 서야 일보 전진이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이룬 성취들을 보여주며, 허혜숙 씨(48)가 환하게 웃었다. 사단법인 내일을여는멋진여성 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다음달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제3회 세계장애여성대회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세계 장애여성들이 교류하면서 장애여성운동을 확산하고 지원하기 위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대회예요. 올해는 54개국 장애인 여성대표들이 한국을 찾아옵니다. 이들을 맞이할 자원봉사자들과 우리 회원들 500여 명을 합치면 2000여 명이 모이는 행사예요. 정부나 대기업 지원 없이 순수 민간행사로 진행하려니 어려움이 많지만, 매일매일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벽근무도 기꺼이 감수하는 자원봉사자들과 김대성 삼육재단 이사장님, 김원모 회장님, 고광희 유럽 한인경제인단체 총연합회장님 등 고마운 분들이 손 내밀어 주셨거든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허 회장은 지체장애 2급이다. 거동이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사람들은 해맑게 웃는 얼굴로,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으로, 즐거운 인생관을 쏟아내는 그녀를 보고 놀란다. 흔히 장애여성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어두움과 아픔, 편견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모진 고난의 시절을 견뎌야 했다. 저 역시 장애여성이라면 겪어봤을 아픔과 고통, 손가락질과 이유 없는 멸시를 고스란히 당했다"고 운을 뗐다. 절망했던 그를 일으켜 세우고 춤추게 한 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며 손 내밀어준 남편과 잘 자라준 아들딸, 그리고 일이라고 했다. 


"내일을여는멋진여성의 '내 일'은 직업(My work)과 미래(tomorrow)를 의미합니다. 저희가 장애여성회원들에게 검정고시를 독려하면서 700여 명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한 것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예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잖아요. 우리 단체의 로고는 자궁, 두 손의 꽃은 질을 의미합니다. 아이를 열 달간 품어 세상에 내놓는 것만큼 숭고한 일이 있나요? 장애여성도 당당하게 출산할 수 있고,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고,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국내 장애인 처우 개선도 급한데, 허 회장이 국제대회에 열의를 쏟는 건 왜일까? 그는 "각국 대사들에게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고, 자원봉사하는 초·중·고생들에게 국제행사를 경험하게 해주고, 장애여성들에게 나누고 배려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비용은 장애여성들이 직접 만든 작품 판매대금과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으로 충당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내년 1월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공식 NGO로 등록하기 위해 준비 중이기도 하다.


 


허 회장은 더 원대한 꿈을 꾼다. 그는 "한국이 저개발국 장애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할 때"라며 "루게릭병을 알렸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장애여성들을 위한 'Kiss the world' 운동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진행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해 전 세계 장애여성들이 만든 작품들을 판매할 계획도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전동휠체어에 오른 허 회장이 보통사람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앞서가 배웅을 해주었다. 그 속도가, 그녀의 추진력을 닮아있는 듯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매일경제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818328